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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천호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6-03-25 12:31 조회2,389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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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로 담을 친
커다란 마트 높은 담장
보도 불럭 틈새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비닐봉지에
먹거리를 가득담은
많은 발자국이
내 옆을 지나지만
나의 가냘픈
웃음을 보지 못합니다.

작년,
여름이 끝나 갈 때
저 멀리 고향을 떠나
자리 잡은 이곳에
해님이 일찍 찾아와
꽃을 피었지만
매캐한 공기에
가슴이 병들어
키도 크지 못하고
커다란 발자국이 무서워
담벼락에 바짝 붙어 살아갑니다.

오늘은 살며시 내려온
이슬로 세수하고
채마에서 뜯어 온
봄나물 펼쳐놓고
지나는 사람들
얼굴만 바라보는
허리 굽은 노파와
따스한 햇볕을 나누었습니다.

사람들은
‘오늘은 봄 날 같다.’ 말하며
바쁘게 지나가고
나는 노란 꽃을 피우고
하늘 향해 웃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손녀딸들을 따라서 도시로 오신 70이 넘으신 권사님, 알골 중독자가 되어 버린 남편을 피해 어린 삼남매를 데리고 도시로 나와 하루 12시간 일을 해야 하는 젊은 집사,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하여 개척교회로 내몰리는 수련목회자들 그리고 수많은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주위의 많은 분들이 올해도 뜨거운 여름을 잘 견디며, 무심한 발걸음에 채이지 않고 그림의 민들레처럼 활짝 꽃을 피우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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